'듄: 파트 2', 빛과 그림자로 완성된 세계... 세트 디자인의 숨겨진 비밀

데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파트 2'는 단순한 영화적 경험을 넘어 깊이 있는 세계관과 압도적인 시각적 완성도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영화의 모든 세트를 상세하게 기록한 조명 계획은 빌뇌브 감독의 철저한 기록 정신과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이 조명 계획은 단순한 작업 기록을 넘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빌뇌브 감독은 "언제든지 추가 촬영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세트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존하고 후속 작업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파트리스 베르메트의 섬세한 조명 설계,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

프로덕션 디자이너 파트리스 베르메트가 담당한 세트 조명은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이번 조명 계획 기록을 통해 그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빌뇌브 감독은 세트 사진작가 타마스에게 "세트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을 담아달라"고 요청하며 세트가 가진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일반적으로 세트는 배우와 촬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지만 이번 '듄: 파트 2'를통해 세트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라키스, 기디 프라임, 카이테인... 세 가지 세계의 독특한 미학

'듄: 파트 2'는 아라키스의 회복력 있는 프레멘, 기디 프라임의 억압적인 하코넨, 카이테인의 화려한 제국 사회 등 세 가지 주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베르메트와 세트 데코레이터 셰인 비오는 세심한 월드 빌딩을 통해 세트, 가구, 건축에 상징성과 문화적 깊이를 불어넣어 실용적인 장인 정신과 예술적 비전을 결합했다.

기디 프라임, 검은 정화조에서 영감을 받은 디스토피아적 악몽

아라키스의 자연스러운 조화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기디 프라임의 하코넨 세계는 산업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악몽을 연상시킨다. 어둡고 억압적이며 따뜻함이 없는 이 세계는 자연과 함께 살기보다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하코넨의 열망을 반영한다.

베르메트는 하코넨 미학에 대한 예상치 못한 영감으로 검은색 정화조를 언급하며, "몬트리올 외곽을 달리다 보니 먼지로 뒤덮인 검은색 성형 정화조 들판이 보였는데, 마치 기디 프라임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양은 남작의 기괴한 목욕부터 펜링 부인의 침실에 이르기까지 세트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물결치는 검은 곡선으로 진화했다.

흑백 적외선 촬영 기법, 기디 프라임의 초현실적 분위기 연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선택 중 하나는 기디 프라임의 '검은 태양'을 반영하기 위해 흑백 적외선 촬영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빌뇌브 감독과 촬영 감독 그렉 프레이저는 이 기법을 통해 세상에 초현실적이고 이질적인 특성을 더했다.

페이드-라우타가 검투사들과 싸우는 전장은 전통적인 타원형 콜로세움과는 다른 삼각형 형태를 띠고 있다. 베르메트는 이 삼각형이 더 극적인 형태를 제공하고 모든 관중이 폭력에 대한 완벽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하며, 이는 하코넨 정신에 대한 적절한 비유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미래주의와 소련 건축의 영향, 기디 프라임의 웅장함 강조

기디 프라임의 넓은 행렬로는 이탈리아 미래주의의 영향과 특히 안토니오 산텔리아의 계단식 고층 건물이 어우러진 소련 건축물의 권위적 웅장함을 불러일으킨다. 생체 변형 곡선과 아르데코 언더톤은 억압적인 세계에 불안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듄: 파트 2'는 단순한 시각적 스펙터클이 아니라 정체성, 문화, 권력의 반영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프레멘부터 지배하려는 하코넨의 잔인한 괴물, 권위를 풍기는 제국 세계의 건축적 우아함까지 모든 디테일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르메트와 비오는 빌뇌브 감독 및 더 넓은 팀과의 협업을 통해 생동감 있고 의미 있으며 몰입감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비오는 "듄은 질감, 물질성, 목적이 세상에 어떻게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완벽하게 반영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